[동아일보 신춘문예 2019/희곡 당선작]발판 끝에 매달린 두 편의 동화 / 최상운(국어국문학과 05) 동문
2019-01-02

● 당선소감

투박한 제 작품보다 가능성에 대한 기대

서랍 속에 두고 읽고 살아도 벅차오르고, 쓰고만 지내도 행복할 줄 알았는데…. 말(言) 속으로 밀려난 아이였던 저는 구름을 잡아두던 데 쓰던 거울들을 어느새 얼굴 바짝 들이대 면도하고 늘기만 한 흰머리를 뽑는 데 쓰고 있었습니다. 뿌옇게 맺힌 상(像)들이 못마땅해 씩씩댈수록, 떠오른 것들은 뜬구름보다 빨리 이지러졌습니다. 저의 말이 차츰 오므라들고 일그러져 가니, 침묵의 삶 속에 잠겨드는 게 차라리 사람 된 도리 아닐까, 머뭇대고 또 망설이던 게 바로 어제 일입니다. 빠직, 하고 일순 그 참람한 거울을 깨뜨린 건 당선을 알리는 벨소리였습니다. 제 말들의 미약한 떨림이 세상과 진동을 공유할 수도 있겠다는, 작은 가능성을 남겨줬습니다.

하여 옛 임금이 등장하는 작품을 쓴 다음이면 그의 무덤으로 참배를 가고 마는 저, 그 사실에 악의 없이 폭소하던 친구에게 “넌 작가 뒈지고 나면 책도 안 읽을 거냐?”면서 반향 없는 혼잣말만을 되뇌어왔던 그런 저, 이젠 마주 울리는 다른 소리들과 공명하고 싶습니다. 그 전에, 심사위원분들께 감사 말씀드립니다. 제 작품은 몹시 둔중하고 투박합니다. 보다 날카로운 안목 앞에 그 부족함이 훤히 드러났다 생각하니, 지금도 얼굴이 홧홧합니다. 당장 성과보다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을 기대하고 계신 거라고, 부끄럼을 내심 무마해 봅니다. 저버리지 않게, 앞으로 더욱 구르겠습니다.

△1985년 서울 영등포구 출생 △국민대 국어국문학과 졸업

출처:http://news.donga.com/3/all/20190101/93508991/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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